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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도르트문트를 16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끈 게겐프레싱이란?

by 후추의집사 2022. 6. 28.

도르트문트는 1909년 창단한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클럽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매년 바이에른 뮌헨에 밀려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었는데요.

이런 도르트문트가 2010-2011, 2011-2012 시즌을 연속으로 리그 우승하였고, 16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했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도르트문트를 다시 한번 전성기로 이끈 게겐 프레싱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의미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이란 독일의 게겐(Gegen)과 영어의 프레싱(Pressing)을 합성한 축구 용어입니다.

게겐은 영어의 Against의 의미에 해당하는 '~에 대항해서'라는 뜻의 독일어의 전치사이고, 프레싱은 압박이라는 뜻입니다.

즉, 게겐프레싱이란 상대의 공격에 대항하여 압박을 가한다 라는 뜻입니다.

 

 

 


2. 축구전술

게겐프레싱은 상대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4면에서 달려들어 압박을 시작합니다. 제아무리 탈압박이 좋은 선수라도 4명이 달려들면 공을 뺏기지 않기가 매우 힘듭니다.

게다가 게겐프레싱은 단순히 공을 뺏는 것만이 아니라 공을 뺏자마자 곧바로 공격을 시작하기 때문에 상대팀은 수비 라인을 갖추기 전에 역습을 허용하게 됩니다.

게겐프레싱의 필수요소는 엄청난 활동량입니다. 일반적인 한 경기의 활동량은 보통 8~9km, 많으면 11~12km 정도 됩니다. 하지만 게겐 프레싱을 적용한 팀의 활동량은 보통 12km를 뛰며 15km를 가까이 뛰기도 합니다.

이렇게 4명이서 한 번에 압박을 시도하고 공을 빼앗아온 뒤 빠른 역습을 시작하는 전술이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게겐 프레싱이 정확히 구현되려면 선수들의 체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위르겐 클롭(Jurgen Klopp) 감독은 타 팀에 비해 훨씬 많은 체력 코치를 영입하여 시즌 내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3. 게겐프레싱의 시작

게겐프레싱의 시초는 아리고 사키 감독의 사카이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키 감독은 일대일 마크와 제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당시의 축구판에서 압박이라는 전술을 처음 도입하였습니다.

그는 여러 명이서 상대를 압박하여 공을 빼앗는 전술을 고안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카이즘은 현대 축구의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사카이즘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이는 펩 과르디올라(Pep Guardiola) 감독입니다. 그는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창안하고 그의 제자 요한 크루이프가 FC 바르셀로나에 이식한 토털 사커와 사키의 사카이즘을 계승하고 이를 한 단계 진화시켰습니다.

'티키타카'는 단순히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만이 아닌 상대로부터 공을 빠른 시간 안에 빼앗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다만 과르디올라는 이렇게 빼앗아온 공을 가지고 바로 역습하는 것이 아닌 압박 과정에서 소모된 체력을 짧은 패스 위주로 주고받으며 회복하고 경기를 조율했습니다.

이후 티키타카가 현대 축구의 대세로 자리 잡을 무렵 클롭 감독은 중하위권을 맴돌던 도르트문트를 맡아 게겐 프레싱을 도입했습니다. 전방부터 압박하여 공을 빼앗는다는 것은 티키타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티키타카는 공을 빼앗아 온 뒤에 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하였고, 게겐 프레싱은 공을 빼앗자마자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 것에 주력하였습니다.

클롭은 약팀이라고 하여 뒤로 물러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공을 빼앗기면 바로 달려들어 공을 다시 빼앗고 용감하게 공격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였고 그 결과 도르트문트는 강팀을 연달아 격파하기 시작했습니다.


4. 단점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게겐 프레싱은 가장 큰 단점은 역시 체력 문제입니다.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하면서 공을 뺐고 다시 빠르게 역습을 시도하다 보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시즌 40~50경기를 게겐프레싱으로 하다 보면 시즌이 가면 갈수록 전술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선수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클롭은 압박의 강도를 유기적으로 바꾸기도 하며 단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또한 게겐 프레싱은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상대의 측면 공격에 취약합니다. 양쪽 풀백을 미드필더 위치만큼 올려서 압박을 시작하기 때문에 비어있는 측면 공격을 시도한다면 공격을 당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점은 뒷공간을 허용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수비라인을 끌어올려서 압박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의 공간이 커지기 때문에 롱패스로 뒷공간을 공략하거나 윙어들이 압박을 뚫고 뒷공간으로 침투할 경우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렇기에 수비진의 책임 막중하며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이 좋고 발이 빠르며, 골키퍼의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면 이런 단점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5. 도르트문트

게겐프레싱을 도입한 도르트문트는 2009-2010 시즌에 리그 5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시즌인 2010-2011에는 여러 유망주들이 포텐을 터트리면서 32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리고 2011-2012 시즌에는 리그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며 다시 한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2 연속 리그 우승을 하였는데 이 기록은 도르트문트가 1994-1995, 1995-1996 시즌 연속 우승을 한 뒤로 약 16년 만에 이루어낸 2 연속 우승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르트문트의 활약은 리그에서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2012-2013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는 그 레알 마드리드를 홈에서 무려 4:1로 꺾었고, 비록 원정에서 0:2로 패하기는 했지만 골득실에서 앞섰기 때문에 1996-1997 시즌 이후 16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아쉽게 결승전에서는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에 1:2로 패하여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도르트문트와 게겐 프레싱의 위력을 전 세계에 확실히 증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명문이기는 하지만 당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도르트문트를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한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현대 축구의 대세로 떠오르게 됩니다.


6. 리버풀

클롭은 도르트문트에서 성공을 이루고 리버풀로 떠났습니다. 클롭과 게겐프레싱을 품은 리버풀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당시 리버풀은 도르트문트와 비슷하게 과거의 영광은 찾기 힘든 몰락한 명가였습니다.

클롭은 시즌 도중에 부임했음에도 몇 시즌 동안 유럽 대항전 결승전을 구경도 못해본 리버풀을 UEFA 유로파 결승까지 올려놓았으며, 이듬해 풀 시즌엔 리그 4위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고, 그다음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도달하며 매 시즌 팀을 성장시켰습니다.

클롭은 분데스리가와 달리 겨울 휴식기가 없고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특성을 파악하여 게겐 프레싱의 장단점을 여실히 느꼈고, 상황에 따라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여 유기적으로 변화하였고 팀 전술을 존 프레싱으로 변화시켜 체력의 안정성을 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에 따라 게겐프레싱을 활용하여 상대를 몰아붙이곤 했습니다.

이렇게 매 시즌 성장한 리버풀은 결국 2018-2019 시즌에 14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였고, 그다음 2019-2020 시즌에는 리버풀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30년 만에 달성하며 구단 역사에 한 휙을 그은 명장의 반열에 올랐고, 그야말로 리버풀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7. 마치며

학창 시절부터 리버풀의 팬으로서 도대체 언제나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곤 했는데 솔직히 팬임에도 매 시즌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클롭이 부임하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클롭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게겐프레싱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리버풀이 아쉽게 1점 차로 리그 우승을 맨시티에게 빼앗겼고, 챔피언스 리그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하여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클롭과 게겐 프레싱이 리버풀에 있는 한 리버풀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형이 아닐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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